구순안거에 돌입한 마곡사 태화선원을 가기 위해 냇가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는 수행납자의 발걸음이 가볍다.

제6교구본사 마곡사는 11월17일 불기2557년 계사년 동안거 결제를 맞아 겹경사를 맞이했다.

하나는 지난 5년간 문을 닫았던 태화선원이 활짝 열었다는 경사고, 또 다른 하나는 선원의 재개원이 주지 스님을 위시한 사중의 원력과 신도들의 발원의 합작품이라는 것이었다.

동안거 결제를 맞은 마곡사는 스산한 늦가을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분주함에 들썩거렸다. 선원 재개원 불사를 사찰과 신도들이 함께 일궈냈다는 자부심이 경내에 가득했다.

법회를 준비하는 스님들은 바쁜 걸음에도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신도들 역시 함박웃음으로 스님의 뒤를 따라 일을 도왔다.

지난 9월 부임한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은 태화선원에 걸린 빗장을 5년 만에 풀고 사중의 역량을 총동원해 폐허와 다름없던 선원의 재개원을 위한 불사를 진행해 불과 두 달 만에 원만 회향했다.

이에 감읍한 신도들은 마곡사에 방부를 들일 수좌 스님들을 제대로 대접하겠다는 뜻을 세우고 경내에서 군고구마와 차를 팔아 공양비를 마련했다.

동안거 결제 당일 대광보전에 모인 100여 명의 사부대중은 태화선원의 재개원을 축하했다. 이번 겨울 동안 태화선원에서 지낼 수좌 스님들은 모두 10명. 신도들은 대광보전에 스님들을 모시고 그동안 마련한 공양비와 선물을 두 손을 모아 정중하게 올렸다. 

신도들도 마곡사 태화선원을 다시 열겠다는 원력을 실천했다. 군고구마를 팔아 얻은 수익금으로 공양비를 마련해 수좌 스님들에게 승보공양한 신도들이 3배로 올리고 있다.

승보공양. 마곡사 태화선원의 새로운 전통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마곡사는 승보공양이라는 소중한 시절인연을 만나 5년간 맥이 끊긴 선풍을 되살려 본사의 사격을 올곧이 갖추고 선종사찰의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석용현 마곡사 신도회장은 “본사로서 살아있는 사찰, 깨어있는 선원을 만들고자 하는 신도들의 열망을 십시일반 모아 승보공양을 하게 됐다”며 “승보공양이라는 새로운 신행문화의 씨앗이 자라 앞으로 마곡사에 눈 밝은 선지식이 나타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의미에서 신도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함께 했다”고 말했다.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은 “사찰에는 스님이 많이 살아야 한다. 선원을 다시 연 것은 마곡사가 스님들의 정진 열기로 가득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며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한 생각만 바꿔 뜻만 굳건히 하면 이뤄진다는 사실을 선원 개원으로 다시 확인했다. 불철주야 선원 개원의 원력을 실천해준 스님들과 신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마곡사는 태화선원 재개원으로 일으킨 선풍 진작의 분위기를 신도들에까지 불어넣기 위해 결제일에 맞춰 경전법회를 개설했다. 11월17일 시작된 <법화경> 강의는 매주 일요일 오후2시에 경내 심검당에서 연다. 또 동안거 100일 관음기도도 입재했다.

11월17일 마곡사 대광보전에서 사부대중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화선원 개원법회가 봉행됐다.

개원법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

태화선원 재개원을 위해 마음을 모은 마곡사 스님과 신도들이 법회 후 한자리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