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 노재학의 한국산사의장엄세계]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 언록속의 마곡사


언론속의 마곡사

언록속의 마곡사

(현대불교) 노재학의 한국산사의장엄세계]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6-24 10:17 조회1,450회 댓글0건

본문

노재학의 한국산사의장엄세계]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계·정·혜 三學 간직한 아라한의 세계
대광보전 내부 상벽에 봉안한 나한벽화.

 

불모의 숲, 남방화소 마곡사

그림 그리는 화승(畵僧)들을 전문적으로 기르고 배출하는 사찰을 ‘화소사찰(畵所寺刹)’이라 부른다. 화소사찰은 불교 조형미술 예술가들인 불모(佛母)를 길러내고 화맥의 전통을 형성하는 저수지로 역할 했다.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화소가 경산화소, 북방화소, 남방화소다. 경산화소는 서울경기지역 화소로 남양주 흥국사가 중심이었고, 북방화소는 금강산 일대로 유점사가 중심에 있었다. 남방화소는 공주 계룡산을 권역으로 해서 ‘계룡산 화파’로도 불리웠는데, 태화산 마곡사가 중심이었다. 남방화소는 19세기 말 금호당 약효스님으로부터 근대의 보응당 문성, 금용당 일섭을 거쳐 현대의 석정스님에 이르는 불모의 계보로 이어져 조선불화사의 큰 맥을 이어왔다. 약효스님을 비롯해서 근현대 불모 6명의 업적을 기린 ‘불모비림’이 조성되어 있는 유일한 곳도 남방화소의 본거지인 마곡사다.

나한벽화는 불교의 모든 것인 계율과
선정, 지혜의 삼학(三學) 겸비한 나한을
신앙대상으로 봉안한 불교장엄예술이다

조선말 “마곡사에 상주한 스님이 300여명에 이를 무렵 불화를 배우는 스님만도 80여명에 이르렀다”는 호은당 정연스님 불모비의 기록에서 마곡사 남방화소의 위상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조선불화사의 흐름에서 마곡사의 위상을 반영하듯 영산전, 대광보전, 대웅보전, 응진전 등 여러 불전에 고색창연한 불화, 벽화, 단청장엄 등이 전해진다. 한 사찰에 이만큼 다양한 고전의 빛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은 양산 통도사, 순천 선암사, 구례 화엄사 등 몇 몇에 지나지 않는다.

마곡사는 해남 대흥사처럼 북원, 남원 영역으로 나뉜다. 남원은 수행공간이고, 북원은 예경영역으로 배치한다. 대광보전은 마곡사 북원 영역의 중심 금당이다. 법당 내부에 걸려 있는 <마곡사대광보전중창기>에 의하면, 1782년 큰 화재로 소실된 후 1785년에 중건을 시작해서 1788년 완공한 건물이다. 남향한 정면 5칸, 측면 3칸의 건물로서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셨다. 대체로 불상은 건물 정면이 향하는 방향으로 봉안한다. 하지만 남향인 대광보전에선 주불인 비로자나불을 서쪽에 모셔서 동쪽을 바라보는 동향으로 봉안했다. 건물 진입동선과 예배동선이 직교하는 구조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영광 불갑사 대웅전 등에서 나타나는 형식이다.

나한과 고사인물, 수묵산수의 벽화

내부공간의 사방벽면은 벽화의 세계다. 가로로 긴 건물에 내부 열주가 세워져 있고, 사방벽면에 벽화와 불화 등이 가득하다. 대광보전 자체가 불화 갤러리이자, 박물관 분위기를 연출한다. 별지화를 비롯한 벽화의 장엄 소재들은 나한과 고사인물, 화조, 용, 금강역사, 백의수월관음 등이다. 벽화장엄에서 특히 나한도와 도교 신선도, 화조도와 산수도의 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광보전 내부의 위치별 장엄내용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① 내부 내목도리 위 상벽: 나한도 34점(남:13점, 동:5점, 북:12점, 서:4점),

② 창방 아래 내부벽면: 북서벽면-도교 신선도 6점, 동쪽 벽면-2점(한산습득도와 나반존자도),

③ 내부 공포사이 포벽: 수묵 산수화 35점,

④ 내부 남쪽 창방 별지화: 화조도 5점,

⑤ 내부 후불벽 뒷면: 백의수월관음도 1점,

⑥ 대들보와 충량: 용 6점.

위의 분류를 통해 대광명전 내부장엄의 중심소재가 나한과 고사인물, 화조 및 수묵산수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회화 능력을 갖춘 남방화소의 특성을 일정하게 보여준다. 특히 가로, 세로 1m가 넘는 비교적 큰 화면에 34점의 나한도를 사방벽면에 조영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 전통사찰의 장엄을 살펴보면 대웅전, 극락전, 대광명전 등의 중심 법당에 나한이나 고승대덕의 전법활동을 담은 벽화들이 광범위고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법당은 말 그대로 부처님의 진리 법의 집인데 어째서 나한신앙이 함께 봉안되고 있는 것일까? 나한을 독립 공간으로 모신 나한전이나 응진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웅전 등 중심 불전의 상벽이나 포벽 등에 어김없이 표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한과 고승대덕들이 석가모니 멸도 이후 현재의 말법시대에 부처님의 진리 법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한은 진리 법을 수지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법화경』 등의 대승경전에서는 미래의 부처로 수기 받아 중생구제를 수행하는 대승보살의 역할도 겸한다. 법당의 구조를 보면 불상을 중심으로 제자들과 나한들이 빙 둘러 시립해 있는 구조다. 그 배치구조는 불화의 구도와 똑같다. 법당의 장엄구조를 회화로 담으면 영산회상도와 같은 불화의 장면이 된다. 설법의 장면이면서 정토의 장면이고, 진리 법으로 충만한 법계우주의 장면이다. 법을 간직한 아라한이기 때문에 법계의 법당에 상주하고 있는 것이다.

나한, 승보신앙의 소의경전, <법주기>

나한신앙의 소의경전은 <대아라한 난제밀다라소설 법주기(大阿羅漢難提蜜多羅所說法住記)>이다. 부처님 입멸 후 법이 어떻게 전해지고 있는지를 난제밀다라 나한이 쓴 미래의 기록이다. 줄여서 <법주기>라 부른다. 당나라 현장법사가 645년에 역경 했다. <법주기>에 의하면 십육나한은 부처님으로부터 열반에 들지 말고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불법을 지키며 신통력으로써 중생을 구제하라는 부촉을 받았다. 16나한이 어떤 분들인지 가슴 뭉클한 장면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 장면을 알기 쉽게 풀어 쓰면 감동 깊은 한 편의 드라마다.

이와 같이 하여 인간들이 사는 남섬부주(南贍部洲) 사람들의 수명이 6만 세가 될 때에는 위없는 정법이 세간에 유행하고, 7만 세가 되어도 정법이 널리 퍼진다. 그 때에 16나한은 모든 권속들과 함께 남섬부주에 모두 모여 신통력으로 온갖 칠보로 장식한 탑인 ‘솔도파(率堵婆)’를 허공에 만든다(*솔도파는 탑을 의미하는 범어 ‘스투파(Stupa)’의 음사일 것이다). 석가모니·여래·응공의 모든 유골을 다 이 ‘솔도파’ 안에 봉안한다. 그 때 16나한은 모든 권속들과 함께 이 솔도파를 수백 수천 번 돌면서 온갖 향과 꽃으로 공양하고 예경을 올린다. 그런 후 모두 허공으로 올라가 이 솔도파를 향해 거룩하게 말한다.

“석가모니·여래·응공께 공경히 예를 올립니다. 저희들은 과거에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 정법을 지니고 천상과 인간을 위해 온갖 요익한 일을 다 했습니다. 인연이 있는 중생은 다 구제하여 오늘에 이르니 지금 하직하고 멸도하나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모두 열반(涅盤)에 든다. 신통력으로 스스로 불이 일어나 다비를 치른다. 솔도파는 곧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가 불멸의 세계 금강제(金剛際)에 봉안된다. 그리하여 세존 석가모니의 위없는 정법은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영원히 멸해 나타나지 않고, 마침내 미륵불께서 세간에 출현하신다.

한 편의 영화 같은 16나한들의 거룩한 서사다. 석가모니의 부촉대로 모든 것을 이루고 중생 곁을 떠나는 16나한의 멸도 장면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마치 붉은 꽃을 피우고 송이 째 무심히 지는 동백꽃을 보는 듯이 애틋하고 가슴 찡하다. 열반을 목전에 두고도 석가모니불을 경배할 보탑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장면이 참으로 숙연하고 극적이다.

유가의 신독과 검소함, 나한과 상통

그런데 한국 전통사찰의 법당장엄에서 불교 나한의 장엄은 마곡사 대광보전에서처럼 도교의 선인들과 결합해서 나타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불교의 나한과 도교의 팔선들이 경계 없이 뒤섞여 나타난다. 도석인물(道釋人物)의 열전처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유가의 문인화풍 산수화와 결합한다. 유유자적과 소요의 자연산수, 예악의 기물들, 두루마리 경전 등이 나한과 함께 두루 섞여 기묘하게 나타난다. 조선의 유교사회에서 재해석한 불교장엄의 독특한 훈습, 곧 유불선의 통합 형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중국 명나라 말기인 1602년, 1607년에 각기 편찬한 『홍씨선불기종(洪氏仙佛奇踪)』과 『삼재도회(三才圖會)』의 두 화보수록 해설집도 사찰장엄에 나한도가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장엄소재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두 책은 불교와 도교의 다양한 선인들을 묘사한 도석인물화를 수록하고 있다.

마곡사 대광보전 전경.

 

유학자들의 당대의 선지식인 선승과의 깊은 교류 역시 고승대덕에 대한 폭넓은 수용 및 재발견을 견인하게 된다. 유가의 내면세계인 신독(愼獨)이나 윤리의식 등은 선승의 수행과 무소유, 계율 등과 서로 통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검소하고 담담한 생활 태도나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내면 수양의 태도는 서로가 공감하고 일치하는 덕목이었다. 그런 시대 흐름과 공통의 추구는 조선후기 법당장엄에서 나한의 인물상들을 보편적인 장엄소재로 등장시켰고, 광범위하게 수용되었다. 마곡사 대광보전의 도석인물화 장엄세계는 그 흐름을 표현한 전형에 가깝다. 분명한 것은 흐름을 수용하되 불교장엄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했다는 점이다. 즉 조선후기 불화 속 제자와 나한들의 배치처럼 주불로 모신 불상의 주변을 시립하듯 에워싸고 있다. 나한은 단순히 도가의 팔선처럼 신비주의 인물로 등장하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불교의 모든 것인 계율(戒律)과 선정(禪定), 지혜(智慧)의 삼학(三學)을 겸비한 법계의 신앙대상으로 봉안한 장엄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나한은 법의 연속성이자, 지금 현재의 엄연한 법의 담지자이고, 미래의 부처로 수기되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본사 태화산 마곡사(麻谷寺)
(우. 32520)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Tel. 041-841-6220~3Fax. 041-841-6227템플스테이. 041-841-6226
Copyright ⓒ Magoksa. All Rights Reserved.
관련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