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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여행] '공주 마곡사' 연초록 천년 고찰서 일상을 견딜 힘을 얻다(5/1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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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5-04 08:54 조회2,9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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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공주 태화산 마곡사 경내는 물론이고 산 쪽으로 이어진 백범 명상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왜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고 부르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형형색색의 연등이 내걸린 가운데 한 쌍의 관람객이 경내를 가로지르는 희지천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봄인가 했더니 계절은 어느새 신록의 계절로 치닫고 있다. 온 나라가 슬픔에 젖어 있어 유람하듯 길을 떠난다는 게 결코 마음 가벼운 일은 아니었지만 잠시라도 시름을 잊고 심신의 피로를 풀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생각하며 찾아간 곳이 충남 공주시 태화산 마곡사(주지 원경 스님)였다.

유구에서 마곡에 이르는 사곡면 일대는 예로부터 정감록 등에서도 전쟁이나 천재(天災)가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로 손꼽았다. 백범 김구 선생도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죽이고 도망해 마곡사에서 은거하기도 했다. 그런 김구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기라도 하듯, 마곡사는 현실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템플스테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절이기도 하다. 또한 김구 선생이 마곡사에 머물며 사색하고 거닐었던 소나무 숲길은 '백범 명상길'이라는 '솔바람길'로 거듭나 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백범 김구 선생, 스님 생활 할 당시
사색 즐기며 거닐던 소나무 숲길
'솔바람길'로 거듭나 발길 끌어

해체 복원사업으로 문 닫았던 영산전
칠불·천불 개금 후 방문객 맞아



■정감록 '십승지' 중 한 곳

지난달 25일 공주 마곡사IC를 내려설 때는 점심 무렵이었다. 매표소도 지나고 절 입구 주차장 길로 꺾어 들자마자 아름드리 나무 숲이 터널을 이루면서 연둣빛 신록의 장관은 시작됐다. 절은 다가오는 부처님 오신 날을 자축하듯 형형색색의 연등이 수놓았다. 

한때 백범 김구 선생이 은신처로 삼으면서 출가도 했던 공주 마곡사에는 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마곡사 경내를 장식한 오색 연등.
마곡사의 정문 격인 해탈문을 지나 두 번째 대문인 천왕문을 지나자 영산전이 나타났다. 천년 고찰 마곡사에서도 가장 오래된 전각 영산전(보물 제 800호). 이날은 마침 다음 날 있을 '천불 이운 대법회'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7구의 불상(칠불)과 그 주위를 둘러싼 1천 구의 작은 불상들(천불)이 봉안된 영산전은 해체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2011년부터 방문객 통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칠불 및 천불의 개금(불상에 금칠을 다시 함) 사업이 완료돼 다시 방문객을 맞는다니 불자는 아니지만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날을 기약하지 못하는 기자는 영산전 옆문을 살짝 열고 흰 천을 반쯤 덮은 상태의 칠불과 천불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나마 대면했다.

영산전 옆 명부전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분향소'가 차려졌다. 묵념을 올리고 극락교를 건넜다. 마곡사에는 특이하게도 절 한복판을 남쪽과 북쪽으로 가로지르는 개울이 흐르고 있다. 양쪽 영역은 극락교로 연결됐다. 영산전이 있는 남원은 수행하는 공간인 선방이 있고, 북원은 대웅보전·대광보전 등 수행과 중생교화를 하는 공간이다. 지리적으로 화합을 중시하는 절집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가람 배치였다.


■마곡사와 백범, 그리고 세조

템플스테이를 관장하는 맥산 스님(수련원장)을 뵈었다. 십승지 이야기며 마곡사의 독특한 가람 배치를 말씀하셨다. 그리고 국내에선 흔치 않는 중층 구조의 대웅보전(보물 제 801호) 내 4개의 싸리기둥 이야기로 넘어갔다.

"단층의 대광보전(보물 제 802호)과는 또 다르지요. 이는 대웅보전 용도가 장경각이었던 때문입니다. 장경각은 아무래도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무게 중심을 잡아 줄 큰 기둥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스님 말씀을 듣고 나중에 대웅보전으로 올라가 한참을 찬 마룻바닥에 앉아서 싸리기둥이 받쳐온 수백 년의 세월을 생각했다. 그러다 살짝 열어 놓은 문 밖으로 바람에 춤추듯 흔들리는 신록을 보게 되는데 그 장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스님 이야기는 마곡사를 다녀간 인물 이야기로 이어졌다. 영산전 현판을 사액한 세조 이야기였다.

"수양대군 시절, 그를 좋아했던 매월당 김시습이 조카 단종을 폐위하고 임금이 되는 걸 보고 실망한 나머지 그 길로 낙향해 마곡사에서 스님 생활을 했었지요. 하지만 매월당은 세조가 온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듣고 부여 무량사로 훌쩍 가버리고 맙니다. 그 뒤에 마곡사를 찾은 세조는 허탈하면서도 부끄러워 당시 타고 온 연(輦·임금이 타던 가마)을 버리고 사대부들이 타던 가마를 타고 갔다는 기록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맥산 스님은 마곡사에서 '불모비림'(佛母碑林·불화 및 불상을 제작하거나 단청 제작을 하는 사람을 위한 비를 세우는 일)'을 조성한 것이라든지, 대광보전의 '백의수월관음도'나 대웅보전의 후불탱화도 언급했다. 영험하다고 소문난 '군왕대'에 묏자리를 쓰기 위해 몰래 상여를 들여오던 양반들 이야기며 산신각에 모신 신이 남자(할배)뿐 아니라 여자 산신 안제 부인도 있다고도 보탰다. 그는 또 대광보전 앞의 오층석탑(보물 제 799호) '다보탑'이야기도 꺼냈다. 꼭대기의 철로 된 '풍마동(風磨銅)' 장식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라면서 라마교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봄에는 마곡사 신록, 가을에는 갑사 단풍이 좋다는 뜻)

백범이 심은 향나무와 백범당.
이제 '춘마곡'을 제대로 느껴보기로 했다. 김구 선생의 흔적이 남은 백범당에서 출발했다. 그 옆에는 백범이 광복 후 다시 마곡사에 들러서 기념식수한 향나무가 아직도 있었다. 백범은 마곡사에서 반 년 정도 스님 생활을 했다. 법명은 원종.

마곡사 솔바람길은 모두 3개 코스. 김구 선생 삭발 터와 군왕대를 지나 다시 마곡사로 되돌아오는 1코스 백범길(산책코스·3㎞·소요시간 50분), 천연송림욕장~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을 거치는 2코스 명상산책길(트레킹 코스·5㎞·소요시간 1시간 30분), 그리고 2코스 일부에 나발봉(황토숲길)~한국문화연수원~군왕대가 추가된 3코스(등산코스·10㎞·소요시간 3시간 50분)였다.

빠듯한 일정이어서 가장 짧은 백범길을 택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인적조차 드문 산길을 호젓이 걸을 수 있었다. 원래도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은 아니라고 한금숙(마곡사 템플스테이 자원봉사팀장) 씨가 넌지시 일러준다. 공교롭게도 한 씨는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살고 있다는 부산 불자. 그러고 보니 마곡사 공양주며 몇몇도 부산 분들이라고 했다.

1코스는 그리 어렵지 않아서 쉬엄쉬엄 돌아보기에 나쁘진 않았다. 백범교를 지나서 곧장 산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한국문화연수원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긴 했다. 

백범이 즐겨 산책했다는 태화산(416m) 솔바람길 1코스 `백범길' 소나무 숲.
백범길 자체도 소나무 천지였다. 이미 지고 있는 연분홍빛 철쭉도 반겼다. 산 정상은 아니지만 군왕대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그리고 금세 아늑한 절 안마당과 법당들이 굽어보였다. 다시 극락교를 건너자 범종루와 반갓집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심검당과 고방이 자랑하는 아름다운 굴뚝이 반겨 준다. 하룻밤 유할 채비를 하고 오는 건데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수수하면서도 거대하지 않아 편안한 절집, 마곡사에도 서서히 해거름이 찾아왔다. 갈 길이 바쁜 객은 서둘러 저녁 공양을 마친 뒤 극락교를 건너, 속세로 나왔다. 다시, 일상을 견디기로 했다. 마곡사의 푸르디 푸른 신록을 떠올리며.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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